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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TREKKING/spring & summer

지리산 [2011. 5. 23: 장터목 - 세석 - 벽소령]

일출예정시간 4시 14분이라는 전날의 안내에 따라 새벽 2시부터 북적이는 사람들때문에 이미 잠은 설칠대로 설치고 있었다.
그러나, 12시가 넘어서 눈을 뜨고 있었던 터에 화장실을 가려던 길에 이미 비가 내리고 있던 것을 알고 있어서 일출에 대한 희망은 애저녁에 접어버리고 천천히 아침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산객들이 떠난 후에 잠을 청하고 아침을 나중에 먹기로 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분주하게 아침길을 떠나는 사람들과 아직까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른 아침에 산을 올라온 새로 도착한 산객들로 산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이틈에 우리는 아침을 먹고 세석까지 갈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우박도 맞아보고 아주 그지꼴 면하기 힘들 정도로 입고 있던 고어텍스자켓은 이미 기능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세석산장은 우리가 도착했을때에는 부자지간의 산객들과 나이드신 3명의 친구분들의 산객만 단촐하게 있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고단쪽에서 몰려드는 산객들로 분주하게 많아져 버려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세석산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비가 약해질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절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커피까지 마시고 몸을 추스리고 있다가 다시 떠날 준비를 하는데 이미 젖은 고어텍스자켓을 입고 갈 것인가? 아니면 땀이 차더라도 우비로 갈아입고 갈것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맞아본 비와 바람은 오늘 절대 우비안에 땀이 차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얻고나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비를 꺼내어 입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비는 소강상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반팔만 입고 판초우의를 입고나서서 처음에는 추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이렇게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그렇게 벽소령산장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미 도착한 산객들이 입실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곳 산장에서 원래시간보다 서둘러 입실을 허락하여 오늘은 이른 시간에 짐을 풀고 편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전날 저녁으로 먹은 주물럭과 함께 산장에서 모두의 부러운을 사게된 삼계탕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와서 삼겹살을 굽고 소주를 마시지만 삼겹살은 산에서 후라이팬에 구우면 그 기름기때문에 온갖 쓰레기를 배출하게 되어 얼마나 불편한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같다. 우리는 그 것을 간파하고 버릴 것 하나 없이 양념에 재운 주물럭을 얼리고 포장된 삼계탕을 준비해와서 2박 3일 가운데 2끼의 저녁을 아주 잘 먹고가리라는 것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다.
삼계탕과 죽을 게눈 감추듯이 먹고나서 여분으로 가지고 갔던 360m소주까지 마저 비울 요량으로 남아있던 라면 하나까지 끓여서 이날 소비한 엄청난 체력을 보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만큼의 푸짐한 저녁을 해치웠다.